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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운을 가른 가수 볼까요카테고리 없음 2020. 2. 15. 05:53
팝 음악 최고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연말연시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가는 해를 더럽게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해에 부끄럽게 입장했대요. 12월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열린 신년 공연<딕 크게 라크스 뉴 이어스 로킨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Eve)중 그녀는 립 싱크 사실이 들통난 수모를 겪었습니다. 수백만 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수치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이날 머라이어 캐리는 'Auld Lang Syne'과 자신의 히트곡 'Emotions', 'We Belong Together'를 불렀습니다.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머라이어 캐리는 초반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Auld Lang Syne'을 부를 때 이미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얼굴에 나타났고, 'Emotions' 반주가 흘러나오자 끼고 있던 모니터 이어폰을 벗어던졌어요. 반주가 흐르는 동안에도 노래를 부르지 않고 함께 부르자는 식으로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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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으로 일관된 공연은 'We Belong Together'를 부를 때 엉망진창이었어요. 노래와 입은 맞지 않은 지 오래, 마이크를 입가에서 멀리 떨어뜨린 상태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도 변동 없이 올바르게 들려 왔습니다. 립싱크임을 깨끗이 털어놓는 순간이었어요. 그녀는 노래가 끝날 무렵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돌아갔어요.이 일 이후 머라이어 캐리가 한 대응은 실망을 키웁니다. 며칠 후, 그녀는 백업 댄서이자 공연 감독인 앤서니 바렐(Anthony Burrell)을 해고했습니다. 공연을 망친 것에 대해 모니터 이어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사고의 손해배상을 스태프로 돌린 것입니다. 2016년 한해 동안 투어 공연을 함께 한 파트너의 앤서니 배럴은 그렇게 토사구팽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튼튼한 사람의 밥줄까지 잘라버린 립싱크. 립싱크가 이렇게 무서워요.
머라이어 캐리의 이전에도 여러 가수가 립싱크로 호통을 받았었습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현금나(Madonna), 재닛 잭슨(Janet Jackson) 등 톱 연예인들도 립싱크를 자주 해서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화려한 춤을 동반하는 가수여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립싱크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거친 숨소리를 듣기보다 안정된 쇼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며 이들의 립싱크를 감싸는 팬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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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춤을 춘다고 꼭 립싱크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들린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Girl You Know It's True','Girl I'm Gonna Miss You'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독일 당스듀오미리바니리(Milli Vanilli)는 막대한 욕을 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 노래를 부른 가수의 폭로로 퍼포먼스를 위해 립싱크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붕어가수였음이 폭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밀리 바닐리는 199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을 수상했는데 록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을 박탈된다고 한다.총리가 취소된 뒤 수십 건의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오명도 들었다고 한다. 두 멩바ー로브필라토우스(Rob Pilatus)와 팹 몰.(Fab Morvan)는 롭&팹(Rob&Fab)라는 이름으로 1993년 정말 본인들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이미 음악 팬들은 등을 돌린 상태였기 때문에 재생에 실패하다는 것.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비참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로브필라토우스은 술과 마약의 의지하고 199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립싱크가 이렇게 무섭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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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녀들을 광분시킨 아이돌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도 립싱크 논란에 휩싸였다. 그룹이 공연할 때 그룹의 프로듀서인 모리스 연예인(Maurice Starr)이 미리 녹음한 보컬이 모두 립 싱크를 한다며 이들의 앨범에 참여한 키보드 연주자가 1992년 그룹을 고소했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은 결백을 주장하며 맞섰다. 그러자 의혹을 제기한 키보드 연주자가 고소를 취소해 사건은 곧바로 일단락됐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모리스의 연예인과 결별하고 1994년에 펴낸[Face the Music]의 인트로에서 "립 싱크?넌 우리가 그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립싱크 문제는 루머와 다시 한번 일축했다. 그룹에서 병풍 같은 존재인 조너선 나이트(Jonathan Knight)를 제외하고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모두 다른데 한 명이 그들의 노래를 녹음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로 인해 그룹의 인기는 급속히 하락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혼성 그룹 마로니에가 립싱크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994년 과장된 인기를 모은 3집의 타이틀 곡'칵테일 사랑'을 부른 이는 원년 멤버 싱융미이었습니다. 그녀는 유학을 위해 그룹을 탈퇴했지만 마로니에는 새 멤버를 영입한 뒤에도 신윤미가 녹음한 버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신윤미가 음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법원은 신윤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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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곳곳에 얼룩을 남긴 립싱크는 때론 대중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MBC코미디 프로그램<지금은 좋은 날의 코너에서 1996년부터 97년까지 전파를 탄 '허리케인 블루'가 그 주인공이다. 김진수와 이윤석은 이 코너를 통해 유명 팝송을 립싱크로 부르는 독특한 방식을 시도했다.두 사람은 거창한 제스처로 우스꽝스러운 것을 강하게 보였다. 또 원곡 가수의 특징과 곡 분위기를 잘 살려 음악 애호가들의 주목도 이끌어냈다. 스틸하트(Steelheart)의 Shes Gone, 퀸(Queen)의 Bohemian Rhapsody, 장 프랑수아 모리스(Jean Francois Maurice)의 Monaco 같은 노래는 그들만의 해석이 담긴 패러디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간다. 허리케인 블루는 익살맞은 그때 최고의 팝전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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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가 판권을 확보한 미국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립싱크 배틀'(Lip Sync Battle)은 허리케인 블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2015년 4월에 첫 방영된<록 배틀>는 탤런트들이 출연하고 제목 그대로 록 대결을 벌이는 숐습니다. 일주일에 두 유명인이 출연하고 각각 2곡을 선 보인 후, 승자를 결정합니다.참여하는 탤런트들의 열의는 대단합니다. 대체로 남성 참가자는 남성 가수, 여성 참가자는 여성 가수의 노래를 고르는 편인데, 여장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한 참가자는 복장, 소품, 안무를 정중하게 모방하며 진지한 공연을 펼칩니다. 이디나 멘젤(Idina Menzel)의 Let It Go, 비욘세의 Run the World(Girls)를 부른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은 어울리지 않는 여장 덕분에 충격적으로 웃겼습니다. 조지프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이 재닛 잭슨을 복원한 'Rhythm Nation'의 무대는 여느 때처럼 일품이었습니다.
립싱크를 하지 않고 폭소를 유발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본명이 베크 지현의 오리(Ori)는 2009년 1월 KBS<뮤직 뱅크>에서 '눈이 내리다,'에서 데뷔 무대를 카죠쯔스프니스입니다. 발랄한 선율의 전주가 흐르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리가탈의 반복과 불안한 음정으로 보는 이를 웃겼습니다. 딱한 마음이 드는 게 우선이지만 가수답지 않게 어설픈 실력 때문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어요.방송 당시, 오리는 17살이었습니다. 리허설 때는 괜찮았다 하더라도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중압감을 느끼게 한 것 같아요. 게다가 가수로서 기본 자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앨범을 취입했으니 라이브보다는 립싱크가 그 상황에 맞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오리는 다음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오리는 데뷔 무대와 이별 무대를 동시에 치른 몇 안 되는 희귀한 가수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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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에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고 인원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듭니다. 장비가 잘 갖춰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주자 협상과 함께 이들과 가수가 호흡을 여러 번 맞춰봐야 원활한 라이브가 진행될 수 있어요. 일련의 사정 때문에 차분한 노래를 불러도 립싱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연 시스템이 발달하고 풍부한 자본을 가진 미국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립싱크들이 많았습니다.열쇠는 마음가짐입니다. 공연장 환경이 좋지 않거나 본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립싱크를 해야 한다면 그 상황에서 최대한 정성을 담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뮤지션의 도리입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새해 전야 퍼포먼스가 실망한 이유는 립싱크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닙니다. 무대 사정을 핑계로 시종 보여준 불성실한 모습에 실망감을 안겨준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립싱크를 만만하게 보면 곤란해요.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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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면서 '립싱크 배틀'을 검색해보니 아직도 하더라. 출연진이 정성껏 준비를 해보는 것이 즐거운 프로그램이다.